DB-3
소련의 일류신 설계국이 전간기에 개발하여 소련 공군과 해군 항공대에서 널리 쓰인 쌍발 폭격기였습니다.
생산이 개시되었을 때만 하더라도 장거리 폭격기(Дальний бомбардировщик)를 의미하는 DB-3(ДБ-3)라고 불렸으나 얼마 후 소련 공군은 항공기 명명 규칙을 바꾸면서 설계국의 두문자를 따서 Il-4로 변경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이 쌍발기를 뇌격기로 쓰고 있던 해군 항공대에서는 계속 같은 이름으로 불렀던 탓에 명칭이 자주 혼동되는 기종이었습니다.
해당 폭격기는 그 무렵 혁신적인 발전을 거듭하던 쌍발 저익 단엽기의 전형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기수의 플랙시 글래스와 전방, 후방, 하방이라는 3개소의 방어용 총좌 또한 당시의 평균적인 쌍발 폭격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이었습니다. 일류신 엔지니어들은 이 기체가 항력을 줄일 수 있게끔 풍동실험을 반복해 기수의 형태를 단면이 세로로 길쭉한 달걀과 같은 타원형으로 다듬었으나, 이 기수는 시야에 문제점이 있음이 발견되어 개량형인 DB-3F(ДБ-3Ф)부터는 세련된 눈물방울 형상으로 다시 다듬어졌습니다. 그러므로 DB-3와 Il-4의 외형상 식별 포인트는 다름 아닌 기수의 형상입니다.
폭탄은 동체 아래의 폭탄창 내부에 최대 1,000 kg까지 실을 수 있었고, 여기에 더해 주날개의 하드포인트에 항공 어뢰를 2발 따로 매다는 것이 가능했는데, 비록 이 상태에서는 방어용 기관총들을 전부 내리고 승무원도 3명만 타야 했지만 이와 같은 중무장을 한 쌍발기는 등장 기준으로 아주 드물었습니다. DB-3의 방어용 총좌는 기수와 기체 후미, 그리고 후하방 세 군데 마련되어 있었지만 운용이 되면서 현지 개조나 공장 개수된 기체들이 있어 전부 같지는 않았습미다. 기본 사양에 딸린 후방 아래 기관총은 복잡한 잠망경을 통해 조준하고 사격하는 방식이어서 실전에서는 그리 쓸모가 없었던 탓에 아예 떼어내는 경우도 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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