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의 정체성을 내려보자면 스타벅스는 커피를 판매하는 음료가게이다. 내 기억에 90년 말까지만 하더라도 고급스러운 커피숍은 프랜차이즈의 성격보다는 개인 가게로서 편안한 소파와 분위기 있는 음악이 특징이었다. 그런 카페였던 모습이 99년 스타벅스가 등장함으로써 오늘날의 모습과 같이 바뀌었다. 스타벅스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찻집의 개념이라면 인터넷과 통신기술이 발달한 요즘엔 불황이었어야 한다. 아니, 오히려 문을 닫았어야 한다. 모든 사람들이 문명의 이기를 이용하여 자신의 집에서 편하게 대화를 하려고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스타벅스에 오는 사람들은 대화를 하려고 온다. 무엇이 커피숍으로 하여금 사랑방의 역할을 하게 한 걸까?
스타벅스가 단지 맛있는 커피를 팔아서일까? 어떤 사업이 성공하려면 뛰어난 품질은 기본이다. 하지만 그것뿐이라면 경제적인 이윤은 있겠지만 사회에 영향을 끼치지는 못한다. 스타벅스가 오늘날의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이유는 단순히 품질 좋은 커피만 팔아서가 아니다. 스타벅스는 커피와 함께 문화를 팔았다. 나는 그 문화라는 점을 주목해 보았다.
흔히 스타벅스에 가면 대화하는 사람, 책 읽는 사람, 컴퓨터 하는 사람 등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대화의 기능은 찻집으로서 1차적인 기능이다. 그런데 책을 읽거나 컴퓨터를 하는 것은 부차적인 기능인데 재미있는 것은 사람들은 책을 읽으러 도서관을 가는 게 아니라 커피숍을 온다. 사람들이 컴퓨터를 하러 PC 방에 가는 것이 아니라 일부러 커피숍에 온다. 그렇다면 커피와 책, 그리고 커피와 컴퓨터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어서일까? 이러한 주장이 타당하다면 스타벅스와 같은 형태의 커피숍이 생기기 이전에 이러한 문화는 보편적이었어야 한다. 인터넷이 90년대 말에 보급되었으므로 컴퓨터는 차치하고라도 책을 읽으러 사람들은 도서관 보다 커피숍에 더 자주 왔어야 한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위에서 언급한 부차적인 기능 때문에 사람들이 커피숍에 온다는 것은 스타벅스가 끼친 영향, 즉 문화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스타벅스가 가진 문화라는 것은 커피를 소비했을 때 사람들이 느끼는 만족감, 즉 무형 가치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 가치는 스타벅스 고유한 로고로서 대중에게 인식이 되고, 커피숍에 방문함으로써 커피와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로 소비된다. 나는 스타벅스를 마신다. 고로, 나는 문화를 즐기는 교양인이다. 라는 인식이 커피를 마신다는 사람들에게 암암리에 퍼졌다는 것은 굉장히 충격적인 사실이다. 이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가며 광고하는 삼성이나 현대자동차와 같은 기업보다 스타벅스가 외형으로 비교할 수 없는 무언가 고급스러운 가치를 지닌 기업으로 더 강력한 영향력을 끼친다. 뿐만 아니라 스타벅스의 입점 여부가 한 도시의 경제력을 판단하는 데 지표로 활용되기도 한다.
놀라운 스벅.
아메리카노 한잔 땡기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