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슬램
제2차 세계 대전 중 영국의 지진폭탄으로 톨보이의 설계상 원형이기도 하며 그렇지 않아도 흉악했던 톨보이보다 더 강력한 폭탄입니다.
회의적이었던 톨보이가 각 전역에서 혁혁한 전과를 올리면서 월리스의 지진폭탄 개념은 단순한 책상머리의 뜬구름 잡는 소리가 아니라 실전에서 충분히 통용되는 개념이라는 게 입증되었고 그러던 중 일부 목표물이 톨보이의 폭격을 견뎌내면서 좀 더 강한 폭탄을 만들 필요가 생겨 이에 월리스는 다시금 초기 제안을 제시합니다. 이미 톨보이로 지진폭탄의 위력을 확인하고 재미도 톡톡히 본 영국군은 이번엔 별다른 이의 없이 제안을 받아들였고, 그렇게 "그랜드슬램"이 개발되었습니다.
그랜드슬램은 길이 7.7m, 중량 10톤에 폭약 6톤으로 당연히 상식적(?)인 수준으로 스펙이 조정된 톨보이보다 배로 흉악한 물건이었습니다. 정상고도에서 투발 시 추진체 없이도 폭탄이 표적에 도달할 때의 자유낙하속도가 음속에 가까운 마하 0.94에 이를 정도였지요.
그랜드슬램은 그 이름답게, 데뷔전에서부터 화끈하고도 화려했습니다. 데뷔 첫 상대는 독일 베스트팔렌(Westfalen) 지방의 도시인 빌레펠트(Bielefeld) 인근 실트에셰(Schildesche) 지역의 육상 철교(Schildescher Viadukt)였는데요. 톨보이 폭격도 견뎌냈던 철교라서 그랜드슬램이 투입되었고 투하된 폭탄은 철교에서 수 미터 벗어난 지점에 떨어졌습니다. 헌데, 분명 빗맞았는데도 자비심 없는 폭발력으로 일대의 지반이 무너지면서 철교 교각까지 동시에 폭삭 내려앉았습니다. 물론 이후 다른 철교들도 비슷한 꼴을 당해야만 했지요.
2차대전 중 투입된 그랜드슬램은 총 41개로 주로 교량과 항구의 고가교(Viaduct) 폭격에 사용되었습니다. 덩치와 무게, 그리고 무유도폭탄이라는 한계상 특정한 건축물을 정확히 명중시키는 건 무리였지만 그랜드슬램에게 그런 부분은 사소한 문제에 불과했지요.
이렇게 2차대전의 중후반을 활약한 지진폭탄들은 태평양 전쟁에서도 사용될 예정이었는데 미군쪽에서는 B-29를 개조해서 탑재하려고 하였지만 원자폭탄의 활약과 일본의 항복으로 무산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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