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일본 해군이 육군기를? C5M

C5M

미츠비시 중공업이 개발하고 생산해서 1939년 11월에 일본 해군에 제식으로 채택된 정찰기였습니다. C5M이라는 약호가 붙어있지만, 실제로는 그 당시 일본 육군에서 사용되면서 뛰어난 속도와 성능으로 크게 호평받던 97식 사령부정찰기를 해군에 맞게끔 조금 수정한 것으로, 육군과 그렇게도 사이가 나쁘던 일본 해군이 실제로 운용한 몇 안되는 육군기 중 하나에 속합니다.

일본 해군은 원래 육상에서 발진하는 정찰기에는 그다지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았지만, 중국 대륙에서 전선이 점점 해군의 손에 닿지 않는 내륙까지 뻗어가자 긴 항속거리를 가진 육상 정찰기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해군 수뇌부가 보기에 없던 장비를 새롭게 개발하고 생산해 배치하려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릴 것이 분명한데다, 그때가 되면 이미 육군에게 설 자리를 빼앗기고 발언권을 잃을 수도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무렵 중국 대륙에서의 전투에서 활약을 펼치는 육군의 97식 사정에 주목한 해군 항공본부는 그다지 내키지는 않았으나 이것을 채택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단, 육군기와 똑같은 기체를 그대로 가져다 쓰는 것은 절대 원치 않았던 해군은 설계주임인 고노 후미히코(河野文彦)에게 종용해서 출력이 더 여유있는 신형 엔진인 사카에 엔진으로 교체하였고, 기타 의장도 해군식으로 수정한 기체를 미츠비시에 20대 발주했습니다. 이것이 1939년부터 98식 육상정찰기로 일선에서 사용된 것입니다.

이 때 만들어진 20대의 초기형은 1942년 4월 7일부로 98식 육상정찰기 11형(九八式陸上偵察機一一型)으로 개칭됩니다. 그 까닭은 1940년부터 엔진을 사카에 12형으로 바꾼 성능향상형을 30대 생산해 인도받았던 탓에 구형기와 신형기를 구분할 필요성이 생겼던 탓입니다. 신형은 11형의 이름이 붙여지던 날부터 98식 육상정찰기 12형(九八式陸上偵察機一二型)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12형은 11형에 비해 최대 속도는 20 km/h 정도 빨라졌고, 상승률이나 기본 비행 성능도 조금 더 개선되었습니다. 원형기에 해당되는 97식 사정이 속도에 초점을 맞췄던 탓에 정찰기로서는 시야가 별로인데다 이륙 안정성이 좋지 않았는데, 그것을 더 무겁고 강한 엔진으로 바꿔 파워업시킨 해군형의 이륙 안정성은 더 나빠졌습니다. 이 때문에 해군 승무원들 사이에서 98식은 평판이 별로 좋지 않았고, 부대에 따라서는 1937년에 채용된데다 속도는 느린 C3N 97식 함상정찰기(九七式艦上偵察機) 쪽을 더 반겼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