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10W


훈련기 같은 부차적인 용도의 기체까지 미처 투자할 여력이 없었던 일본 해군이 처음부터 단엽날개로 만들어낸 첫 기체가 곧 K10W, 2식 육상중간연습기였습니다. 연합군 정보 당국으로부터 "오크(Oak)"라는 코드명을 부여받은 이 훈련기는 신덴으로 잘 알려진 시제 전투기를 개발한 큐슈 비행기에서 설계와 개발, 생산까지 모두 마친 기종입니다. 그 전까지 고추잠자리라고 불리며 대량으로 쓰이던 복엽 훈련기인 93식 중간연습기의 후계로 1943년 6월에 제식 채용되었으나, 발주수가 적고 모종의 사정에 의해 구형기들을 대체하는 원래의 목적에는 전혀 부응하지 못했습니다.


비행 시험에서 결함이 발견되어 설계 변경과 개조를 거치느라 표준 채택은 처녀 비행을 한 뒤로 2년 이상 지난 1943년 6월이나 되어서였습니다. 기체의 설계와 개발은 큐슈 비행기로 개칭한 와타나베 철공소가 했으나 생산은 물량에 여유가 있던 닛폰 비행기에서 만들어지게 됩니다. 하지만 이 무렵쯤 되자, 일본 해군은 개전 전처럼 전선에서 2선으로 물러난 낡은 단엽기를 골라 훈련기로 활용하도록 정책을 바꾼 탓에 K10W는 그 존재 의미가 퇴색되고 있었습니다. 사실, 항공기의 성능이 비약적으로 진보한 이즈음에는 전통적인 중등 훈련기 과정을 생략하고 일선기의 복좌형이나 훈련형으로 개조한 기체들을 고등 비행교육에 쓰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미군 같은 경우는 아예 중등비행 과정을 일선기로 실시하기도 했던 것을 보면, 이 훈련기는 더더욱 필요가 없어지게 된 것입니다.
게다가 원래 쓰이던 93식 연습기가 성능은 떨어지더라도 원체 막 굴리기 편하고 안정성, 조종성, 실용성면에서 더 나았기 때문에 초등 교육에서는 여전히 잘 쓰이고 있었던 것도 이 기체의 설 자리를 잃게 만들었습니다. 결국 2식 육상중간연습기는 배치할 시기를 놓쳐버렸고 그 생산수는 고작 176대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태평양 전쟁에서 패한 일본이 항복을 했을 때 이 훈련기는 78대가 남아있었지만 점령군인 미군 GHQ는 거들떠 보지도 않고 전량 폐기를 명령했습니다.

Posted by 헬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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