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12
풀 네임은 A-12 Avenger II로, 제2차 세계 대전 당시의 TBF(M) 어벤저의 이름을 이어받아 II가 붙었습니다.
1983년, 미 해군의 ATA(Advanced Tactical Aircraft) 프로그램으로 개발되기 시작했습니다. 냉전이 격화되면서 미 해군은 항공모함이 운용하는 A-4 공격기를 대체하고 이보다 훨씬 향상된 폭장능력, 생존성을 지닌 기종의 소요를 제기한 것입니다. 이에 맥도넬 더글러스와 제너럴 다이나믹스 컨소시엄이 노스룹, 그루만 컨소시엄과 경쟁 끝에 1988년 12월에 낙점받고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했지요.
특이 사항으로 생존성을 위해 미 해군 역사상 최초로 완전 스텔스 설계를 요구, 이등변삼각형 형식이라는 상당히 특이한 기체 모습이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양쪽 날개 끝부분은 항공모함 운용을 위해 접는 것이 가능했지만 스텔스성에 큰 영향은 미치지 않게 설계되었습니다. 그리고 최대 2,300kg의 폭장능력에 작전반경 1,480km를 지녀 그야말로 항공모함이라는 해상요새의 결정적인 타격수단이 될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속도가 음속을 못 넘기지만 이는 스텔스 공격기의 한계이며, 대신 AIM-120 AMRAAM 공대공 미사일 2기, 혹은 HARM 대 레이더 미사일 2기를 별도로 장착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조지 H. W. 부시로 대통령이 바뀌고, 냉전이 끝나가면서 A-12는 돈낭비라는 이미지가 생겨버렸습니다. 소련이라는 최강의 적이 붕괴하고, 앞으로 미국이 상대할 적은 제3세계의 문제국가들 정도에 불과하니 굳이 A-12급의 고성능 기종이 아니더라도 충분했던 것입니다. 거기다 걸프 전쟁 등에 대한 지나친 군비지출로 인한 엄청난 재정적자도 생각해야 했지요.
더불어 A-12의 일정지연과 사업비 상승도 문제였습니다. 스텔스 공격기이면서도 고성능의 SAR 레이더를 달려고 했는데 이것이 생각보다 일정이 계속 지연되면서 개발비용이 올라갔는데요. 결국 1991년 1월 7일, 미 국방부는 A-12 프로젝트를 포기하여 이 혁신적인 기종은 단 1기도 제작되지 못하고 사라졌습니다. 그야말로 비운의 기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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