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테즈 540
저명한 항공이론가 줄리오 두헤의 이론을 받아들인 전간기의 프랑스에서 1933년에 정찰 및 경폭격기로 설계가 시작된 포테즈 540(Potez 540)은 8월 25일에 시제기 제작이 시작되었습니다. 동체 프레임은 나무, 주날개 뼈대는 금속을 쓰고 외피는 합판과 캔버스천을 덮는 혼합 구조로 만들어진 탓에 개발 속도는 이례적으로 빨라 같은 해 11월 14일에 중앙 항공기 실험센터(Centre d'Essais de Matériels Aériens : CEMA)에서 첫 비행에 성공했고, 딱 1년 후인 1934년 11월 25일에는 생산 1호기가 프랑스 공군에 인계되었습니다.
프랑스 공군은 이 폭격기를 다인승 군용 항공기(Bombardement, Chasse, Reconnaissance : BCR) 계획이라는 공군기 현대화 프로젝트를 통해 블레리오(Blériot), 라테코에르(Latécoère)와 브레게(Breguet), 아미오(Amio), 포테즈 사를 경합시켜 손에 넣게 되었지만, 여러모로 문제가 많은 기종이었음이 드러나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실전 데뷔는 의외로 빨랐는데, 스페인에 20여대 수출된 기체들이 내전이 터지면서 스페인 공화국 공군(Fuerzas Aéreas de la República Española) 소속으로 전투에 동원되었습니다. 스페인 공군의 포테즈 540은 꼬리 날개에 공화국 깃발을 의미하는 빨강, 노랑, 보라색 삼선이 그려져 있었지요. 하지만 생산된 지 2년 밖에 안 된 최신예 기종인데도 불구하고 이미 전선 폭격기로 쓰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한 면을 노출시킨 이 기체는 곧바로 구식이 되어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 한데다, 타국의 내전에 간섭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프랑스가 유지 부품을 지원해주지 않아 가동률까지 떨어졌습니다. 이렇게 되자 포테즈 폭격기의 평판은 극도로 나빠졌는데, 스페인 조종사들은 이 기체를 가리켜 비행관(Ataúd Volante)이라는 조롱섞인 별명으로 불렀다고 합니다. 결국 공화국 공군의 주력 폭격기는 성능이 더 우수한 소련제 투폴레프 SB-2에 점차 밀려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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